웹툰 원작 영상이 많은 이유
웹툰은 이미 독자 반응이 확인된 이야기이고, 인물과 장면이 그림으로 구체화되어 있어 영상으로 옮길 때 참고할 자료가 풍부합니다. 연재 기간 동안 쌓인 팬층도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서 웹툰은 중요한 원작 공급원이 되었습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2014년 tvN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조광진 작가의 이태원 클라쓰는 2020년 드라마로 방영됐습니다. 원작이 있다는 것은 감상하는 쪽에도 기회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두 매체가 어떻게 다르게 다루는지 직접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색은 다시 쓰기다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로 영상을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매체가 바뀌면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작동합니다. 웹툰은 독자가 스크롤 속도를 스스로 정하고, 칸과 칸 사이의 여백을 상상으로 채웁니다. 영상은 정해진 시간 안에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음악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웹툰에서 효과적이던 긴 독백이나 과장된 표정이 실사에서는 어색해지기 쉬워 다른 방식으로 바뀌곤 합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보다 왜 바뀌었는지를 생각하며 보면 각색이 훨씬 흥미로워집니다.
자주 바뀌는 다섯 가지
원작과 영상을 비교할 때 바뀌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아래 항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차이가 체계적으로 보이고, 원작 팬끼리 이야기할 때도 막연한 '다르다'보다 구체적인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 분량: 긴 연재를 한정된 회차나 상영 시간에 맞춰 줄이거나 합친다
- 인물: 조연을 합치거나 새 인물을 넣어 관계를 정리한다
- 순서: 사건의 순서를 바꿔 회차마다 끝맺음을 만든다
- 결말: 연재가 끝나지 않았거나 매체에 맞지 않으면 새로 쓴다
- 톤: 개그나 판타지 요소를 줄이고 현실감을 높인다
분량과 호흡의 차이
오랫동안 연재된 웹툰을 드라마 한 시즌이나 영화 한 편으로 옮기면 상당한 부분을 덜어 낼 수밖에 없습니다. 웹툰은 회차마다 다음 화가 궁금하게 끊는 구조인데, 드라마는 한 회 안에 나름의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하고 영화는 한 번의 상영 안에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원작에서 천천히 쌓이던 관계가 영상에서는 몇 장면으로 압축되기도 합니다. 원작 팬이 '급하다'고 느끼는 대목은 대개 여기서 나옵니다. 반대로 원작에서 짧게 지나간 장면이 영상에서 길게 늘어나 새로운 무게를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캐스팅과 시각화를 보는 법
웹툰 원작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배우가 원작 인물과 닮았는지가 화제가 됩니다. 하지만 외모가 닮은 것보다 인물의 성격과 목소리, 몸짓이 이야기 안에서 설득력 있게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원작의 상징적인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는지보다, 그 장면이 원작에서 주던 감정을 영상의 언어로 다시 만들어 냈는지를 보는 편이 공정합니다. 머리 모양이나 의상을 원작과 똑같이 맞춘 결과가 실사에서는 오히려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작자가 참여한 경우
원작자가 각본이나 기획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원작자인 조광진 작가가 드라마 각본도 직접 쓴 사례입니다. 원작자가 참여하면 인물의 핵심은 지키면서 매체에 맞게 과감히 바꾸는 선택이 나오기도 합니다. 반대로 원작자가 참여하지 않은 작품은 제작진의 해석이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크레디트에서 원작자가 어떤 역할로 이름을 올렸는지 확인해 보면 각색의 방향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원작과 영상, 무엇부터 볼까
어느 쪽을 먼저 볼지에 정답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을 먼저 보든 두 번째로 보는 매체에서는 이야기를 아는 상태이므로, 줄거리보다 표현 방식의 차이에 눈을 두면 지루하지 않습니다.
- 반전이 중요한 스릴러라면 먼저 보는 쪽에서 놀라움을 얻으니 더 끌리는 쪽부터
- 원작이 아주 길다면 영상으로 큰 줄기를 보고 원작으로 세부를 채우기
- 원작을 이미 봤다면 결말보다 각색의 선택에 집중하기
- 연재 중인 작품이라면 영상이 다른 결말을 낼 수 있음을 염두에 두기
비교 감상의 흔한 실수
원작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실패작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원작에 충실한 각색이 반드시 좋은 영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많이 바꾼 각색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작 팬끼리 이야기하다가 아직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 앞에서 원작의 결말을 말해 버리는 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원작과 영상을 각각 독립된 작품으로 먼저 즐기고, 그다음에 비교하는 재미를 더한다고 생각하면 두 매체를 모두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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